닌텐도가 3D 화면을 지닌 휴대용 기기 3DS를 출시하면서 홈페이지 등에 추가시킨 경고 문구가 있다. “일정 시간 이상 3D 상태로 플레이를 지속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였다.

편광 안경을 쓰지 않고 맨 눈으로 화면을 보아도 3D 효과를 즐길 수 있는 것을 최대의 차별화 요소로 기획된 3DS임에도, 일정 시간 이상 플레이를 했을 때의 부작용을 명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특히 닌텐도는 어린이들의 시력에 해로울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함으로써 출시 전부터 소비자들의 우려에 시달려야 했었다. 물론 닌텐도의 이런 정보 공개는 사용자들로부터의 소송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였을 것이다.

이러한 예방 문구는 1997년에 발생했던 이른바 포켓몬 쇼크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포켓몬 쇼크는 1997년 12월 16일 일본의 에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제38화 방영 당시 빠르게 점멸되는 화면효과로 인해 다수의 아동들이 시청 도중 광과민성 발작을 일으켰던 사건이다.

이로 인해 애니메이션은 높은 인기에도 4개월 동안 방영이 중지 되었고, 화면 효과를 수정한 후 재방영이 되었다. 이후 3D 기능 등을 채택한 기기처럼 화면 효과로 인해 시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문구를 공지하는 것이 일반화 되었고, 닌텐도 역시 이를 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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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msung-Gear-VR

 

최근 VR 기기들이 연이어 시장에 선 보이고 있다. 특히 2016 CES에는 드론과 더불어 다양한 VR 기기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잘 알려진 오큘러스 계열의 제품 말고도 중국 발 제조 열풍에 힘입어 여러 후발 제품들이 봇물 터지듯 출시되고 있다. 국내에도 삼성이 오큘러스의 기술을 채택해 기어 VR을 출시하며 그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드는 의문점은 초근접해 휘도가 높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구현되는 VR 영상을 보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시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초기 VR 시제품에 나타났던 멀미 증상이야 귓속 평형을 감지하는 감각 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일인칭 화면 특유의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시력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에 대해서는 그다지 밝혀진 정보가 없다.

주변 밝기에 비해 월등히 차이가 나는 고휘도 화면을 얼마동안 쳐다보기만 해도 시신경에 피로가 오고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혹시라도 VR 기기 사용에 대한 의학적인 고찰이 필요하다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하는 지금 정도가 시점 상 마지노선이 아닐까 싶다.

VR 업체는 과감하고도 진솔하게 자사의 기기에 대한 제한적인 사용을 권고했었던 닌텐도의 사례를 전향적으로 참고해야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그대로 방치하기 보다는, 적절한 의학적 검증을 거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VR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http://www.itnews.or.kr/?p=17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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